사진과 회화

2010. 1. 18. 13:47Excretion

 사진과 회화.

 사진과 회화의 관계는 결투를 벌이는 뱀의 독처럼 서로에게 치명적이었거나 각자가 새로운 방향을 제공해주는 동기의 원천이 되기도 하였으며 대체적으로 옹호적이지 않은 태로로 일관하였는데 사진은 회화로부터 분리된 [사진] 그 자체로서의 사진을 표방하며 괴로운 현실에서 도망가기 위해 과거나 미래로 비약하였고 예술 사진에서의 이런 행동들의 결과는 그리 성공스럽지 못한것으로 여겨지며 사진가들을 구원해낸 자들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몇몇 비평가들이었다.

 사진이 회화를 닮으려 시도했던 수많은 노력들의 의미는 당시의 여러 제반 상황들을 고려하든 그렇지 않던간에, 또 사실 이러한 노력은 현대에서도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단순함은 매우 직설적으로 우리에게 회화를 닮은 사진이 아름다워 보였거나 실제로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장의 사진으로 부터 인간의식의 저 심연에 잠들어 있는 그 어떤 징후들을 포착해 나가거나 당대의 현실속에서 인간군상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이 체제에 아부하는 것이든 어떤 짧은 혁명을 위한 것이든 대중에게 폭로되는 것이든 어떤 고매한 정신을 위한 살롱의 양식이었든간에 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촬영하는 행위 혹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코드를 삽입하는 것이거나 늦은 저녁 골몰길의 가로등 위해 멋진 주석이나 인용을 달아 놓는 것이었든간에 사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오로지 그것이 ,천박하던 우아하던, 아름다울 때였다.

 사진을 통하여 인상주의 회화와 같은 이미지들 만들어내려하는 노력들은 단지 무용한 것이었으며 또 이런 태도들은 가차없이 잘라 내어져야 하며 오로지 사진은 태양과 공모하여 벌이는 현실 내면의 진실한 단락을 포착해 내야 하는 것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는 진부한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나는 이것이 근본적인 보편적 아름다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작업해내는 작가들에게 독창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변기 하나를 던져 놓고 예술이라고 말하는 태도 보다는 그것의 사진, 그 화이트 톤의 수려함에 쉽게 취해버렸던 것이다.

 회화가 사진을 착휘해낸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나는 여기서 적국과 아군을 식별하기 위해 완장을 차거나 분노를 장전한 채 행군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사진가들이 피해자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며 형평성을 운운하고 싶은 것도 아니며 어찌 미학이라는 심오한 학문의 전공자들이 회화와 사진을 동시에 평가해내는가 하고 불만을 갖는 것도 아니며 사진이 만들어낸 코드화 된 미적가치를 옹호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며, 회화가 지니는 숭고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수 많은 코드는 왜 사진 보다 우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사진 회화를 착휘해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현대의 사진계에서는 회화와 닮고 싶어했던 사진들에 관하여 이를 폐기하고 이들의 노력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논조가 팽팽한 상황이다. 회화적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었던 사진작가들을 저평가하며 또 이를 싸구려라고 반박하던 미술관의 권력자들을 의견을 뒤로 던져 버리면 저 시대에는 , 진정 나는 저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진정 수많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빛을 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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