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새로운 기술 방식

2010. 11. 30. 01:27Excretion

text by EmptyEyed


 버몬트 뉴홀이 기획한 <사진 1839-1937>이 모마에서 이루어진 이후 사진은 고급예술이라 이름 붙어야 마땅할 위치 위에 올라서는 듯 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 새로운 예술과 대면했다. 모마라는 거대한 이름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무한한 복제성을 지니면서 아마추와 프로 사이에 극단적으로 모호하고 비스듬한 경계선을 지닌 사진은 독립적인 예술이기 보다는 아방가르드화 되어 진화한 현대 미술의 어떤 분과로서의 자리 밖에는 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발터 벤야민의 신화적인 저작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이후로도 여전히 거의 대부분의 예술 작품들은 유일성과 물리적 진품성을 가질 때 그 가치를 인정 받았고 매스미디어는 소수의 작가들에게 기괴한 방식으로 면죄부를 던져주거나 요란한 헐리웃 스타류의 명성을 제공할 뿐 이었다. 모순적이게도 단 하나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판매하거나 화랑에 거는 것 만이 그들의 순수한 미학적 가능성과 경제적 지위를 인정 받을 수 있게 하였으며 서로 다른 직업을 소유하길 원하지 않는 전통적 방식의 예술가들에게서 이것은 거의 유일한 소득의 원천이었다.

 버몬트 뉴홀은 잘 알려진 그의 저작 <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의 탄생과 그것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들춰가며 (나는 이 점이 심히 당황스러운데) 기술적인 원리와 산업으로서의 사진 메커니즘을 통해 사진이 오로지 그 자신으로 존재하며 얻게되는 예술성을 드러내려 시도한다. 사진 자체로서의 의미와 예술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강박은 뉴홀 뿐만 아니라 스티글리츠, 에드워드 슈타이켄과 사코우스키등에게서도 확연히 들어나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마치 마땅히 처음부터 그리해야만 하는 것으로 정해진 어떤 함정에 빠져 실패하고 마는 듯이 보여진다. 짧은 역사속에서 클래식의 지위를 지니고자 했던 노력들과 그에 관한 학문적인 논의들은 시대의 과학기술적 발전 속도에 부딪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논의의 전환 속도와 담론의 유효기간들이 대중과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뉴홀이 탐구했던 인화물 자체로서의 예술성, 계조와 기술자체로서의 탐미성은 애매모호 해지고 낡아 빠진 주제로 전락한다. (그러나 단언컨데 사진들가에게서 이런 소재꺼리야 말로 진실로 즐거운 것이었다.) 말 할 수 없는 또 근원을 알 수 없는 흐릿한 환영같은 것들에 관한 비극적인 노스텔지어란 설명으로는 사진 자체의 예술성에 대해 합리적인 논증이 될 수가 없다. 이런식의 표현들은 언어학자들이나 미학 미평가들에 의해 마력적으로 다시 이끌려 올려 지는데, 사진이 갖는 미학은 오로지 글로 쓰여진 언속에서만 되살아나며 케르테즈도, 까르띠에 브레송도 심지어 로버트 프랭크도 자신들의 일생을 통한 사진적 완성은 오로지 텍스트에 의해 이루어져 버린다. 또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어떤 분위기의 코드화를 재촉시켜버리면서 사진 자체를 잠식해 들어가 버린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소산물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사진은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세상 밖으로 뛰쳐 나왔으며 너무나도 당연히 기존의 회화와 어떤 대립적 관계나 공조적 관계 양쪽 모두를 불러 일으켰다. 그 사진 자체가 지니는 문화 예술적 논의와 함께 기술적 문제 그리고 사회 문화속에 흡수되어지면서 발생하는 여러자기 쟁점이 사진의 현재를 만들어 냈음은 자명하다. 앞서 나는 뉴홀의  실패에 관해 언급했는데 70년에서 90년까지는 분명 그것은 실패였다. 이 실패들은 21세기에 들어 다시 기적으로 부활하여 계속하여 탐구와 논의를 부축인다. 이것은 디지털화 되어가는 사진들 속에서 꿈처럼 일어나는데 벤야민은 모니터가 이 복제를 대체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현대에 있어서도 예술작품이 지니는 가치는 온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실생활 속의 컨텍스트로서의 예술의 난림 위에 여전히 그것의 희소성과 창작으로 바쳐지는 열정에 수반하는 고통 속에서 단 하나 뿐인 아름다움으로 빛나기 위해 존재 한다. 온전히 자기 자신인 꼴라쥬를 본적 있는가?

'Excre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iBOP 사진 공모전 : 공모전에 관한 생각.  (0) 2011.04.24
Twitter  (0) 2010.12.10
사진 좋아하세요?  (0) 2010.10.25
심각한 일들.  (0) 2010.04.29
emptyeyed.  (0) 201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