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

2008. 1. 28. 09:18Works - 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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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t with the Canon EOS 5D and the Canon EF 50mm f/1.4 lens at f/5.6, 1/30s, ISO 400. Curves adjustments and Hue/Saturation.

학장 시절에 내게 지대한 영향을 주신 두분의 교수님이 계셨었다. 한분은  사진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으신 적이 없는 노교수님이셨고 또 한분은 독일에서 사진을 전공한 30대 후반의 교수님이셨는데 어느 날 동일한 질문으로 나를 당황케 한 적이 있으니 그 사연은 이러하다.

수업시간 중에 노교수님 께서는 사진이 평면이냐 입체냐 라고 질문하셨다. 쉬운 질문 같아서 대뜸 입체라고 대답했더니 적잖이 언짢은 듯이 사진은 현실세계에서 촬영될 때에는 입체지만 결국 인화지라는 물질위에 평면으로 남을 뿐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아아 그렇구나 역시 배워야 할게 많군 하며 돌아섰는데, 어느 날 젊은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똑 같은 질문을 던지셨다 - 표현은 2D냐 3D냐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당당히 평면일 뿐이라고(그 근거까지 말할 작정으로 어느 정도는 흥분되어) 대답하였는데 그 교수님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하시길, "야 여기 원근감 안 보여? 이게 평면이야? 종이가 평평하니 평면이냐? 2D위에 3D를 만드는게 사진 아니야?" 뭐 이런식으로 혼줄을 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사진이 평면위에 올려진 입체적 이미지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한 세워을 무심히 살았는데, 요즘들어 하는 생각엔 질문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어진것이 아닌가 싶다.

모니터에 보여지는 위의 사진은 과연 입체인가 평면인가? 아니 그 전에 인화도 되지 않은 이 빛의 집합체들은 사진인가? 아닌가?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는 질문에 정해진 한가지의 대답을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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