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아베든 주식회사. Richard Avedon Incorporated

2009. 3. 27. 19:23카테고리 없음


아래 이어지는 글들은 김우룡씨가 번역한 '의미의 경쟁'에 실린 리차드 볼턴의 <미국 동부에서 : 리차드 아베든 주식회사> 읽고 정리한 것입니다.

원전 : Richard Bolton, "In the American East: Richard Avedon Incorporated,"
        was published originally in Afterimage 15:2 (September 1987).


"1987년 2월 19일부터 4월 26일까지 보스턴에서 열린 전시회의 공개강좌에서, 아베든은 그의 모델들을 착취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였다.


           '거칠게 아주 기분 나쁘게 말해 본다면, 세잔의 사과가 세잔에게 어떻게 그려 달라고 말할 수있는가?' "







노동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던 시절은 끝나고 자본은 기호의 생산과 분배에 의해 축적 되어가고 있다. 새로이 등장한 경제의
수사법은 근본적인 정치적 진실을 덮어 버리고 노동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임금이 싸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저소득 국가로 옮겨 갔다.


Sandra Benett twelve yeard old, Rocky ford, Colorado, 1980


예술가는 늘 그래왔듯이 기호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정보경제 아래에서는 독점적인 기호 제작이 장려된다.
기업이, 신문이, 텔레비전이, 심지어 미술전시도 인간사이의 교류를 독점하려 든다. 현대 시대에서 예술의 발전은 재빨리
상업성으로 치환되고 예술과 패션, 그리고 광고는 서로 얽혀들기 마련이다.

Juan Patrico Lobato, Carney, Rocky Ford, Colorado, 1980


1979년 리차드 아베든은 미국의 소외층에 속하는 서부 사람들을 촬영하는 일을 시작했다. 존중 받지 못하며
간과되어지는 '경제적으로 낙오한' 사람들을 찍기 시작했다. 아베든은 이 낙오자들을 패션화시켜 노동의 오랜 개념을
변화시킨다.


아베든 사진의 뛰어난 효과를 기술적인 면에서 살펴보자면 그는 디퓨전 라이트를 즐겼으며 깊은 심도로 입체감을
줄이고 8 * 10 대형 카메라를 통한 정교한 인화로 인물의 세부를 강조하고 흰 배경에 남아있던 미세한 톤 마저
지워버리고 오로지 대상이 되는 인물만을 극적으로 강조한다.


아베든은 인물의 모습 그 자체로부터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으며 그는 억눌려있는 거북하고 고통스러운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러나 감상자는 오히려 그 인물들의 구체성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아베든의 침묵하는 인물들은 허공 앞에
그려지고 부유함으로써 상형문자가 되고 암호가 된다. 사라져버리는 목적없는 메세지가 된다.




다큐멘터리에서 자기표현의 가치를 앞세우면 특권층에서 다른 계급의 현실을 표현 할 때,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권력관계가 모호하게 된다. 아베든은 이러한 오류에 빠져 자신의 계발을 위해 하층계급을 이용하고,
이런 사실을 픽션의 형태로 발표하여 합리화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든의 사진들 속에서는 유형학적(Typology) 논리가 깊숙히 자리 해있으며 그는 아베든류 인간 그룹을 새로이 창조해
낸다. 상투적인 전형을 만듬으로써 타인에 대한 불안을 잠식시키고 미지의 타자들을 다루기 쉽도록 엄격하고 융통성
없이 정의하려는 노선을 정한다. 아베든이 만든 프레임은 자신의 스타일 외의 어떤 것으로도 인간의 경험을
보려하지 않는다.




우리 앞에 남은 이해할 수 없고 관음적인 사진들은 환상 속의 계급을 만들어 낸다. 가장 사악한 환상, 사회적 다윈주의와
레이건식 계급 재구축의 환상을 만들고 있다. '아베든식 인물 조작방식 뒤에는 전체 계급에 대한 조작이 자리하고 있다'





아베든은 '사진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픽션일 따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삶에는 진실이 있고, 사회 조건들은
현실적이며 억압의 실체들은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반박되어져야 한다.


아베든의 미국 서부 인물들은 촌스러운 스타일로, 매력없는 얼굴로, 우아하지 못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패션은 그 정의상 우아한 쪽과
그렇지 못한 반대쪽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유행은 스스로를 위해 낡은 것을 필요로 한다.
광고 전략의 모든 구성요소들은 예술 작품을 빈 껍데기로 만들어 버리고, 지배 계급을 지지하는 광고를 제공하고 이 계급을 정당화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여기게 하는데 일조한다. 한 작가가 낮은 계층 사람들의 소외를 기득권을 위해 변조하고 미술관과 제도권은 심지어 작품
속의 인물들을 오락과 소비의 첨병으로 계조한다. 바로 이 점이 거대한 정치적 역설을 일깨우고 우리로 하여금 절망을 확인하기 위해
멀리서 바라만 보는 자세를 갖는 것을 용납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