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작업, 필름 현상

2013. 4. 23. 12:41About Photography

 제게 있어서 암실작업이란 가장 우아하고 또 아름다운 고혹한 매력들 그 전부였습니다.

예측불가능한 창조의 순간이며 현실과 단절되는 고독한 작업의 순간이었으며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욕망이었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시간이기도 했으며

지나간 세상과 시간을 다시 불러 일으키는 전지전능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들을 단 한순간에 현실로 불러내버리는 시간의 재창조였습니다.

미사여구가 너무 긴가요? 하지만 제게는 진실로 그러했습니다.


 저는 암실에서 존재할 때 가장 괴롭고 가장 기뻤습니다.


 작가는 네 번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바라보는 것을 통해

두 번째는 촬영하는 순간을 통해

세 번째는 현상을 통해

네 번째는 인화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였던 것 같습니다. 바라보는 것,

거리풍경이 사진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멍청히 딴 생각에 사로 잡혀

의미 없는 리듬으로 걷는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끊임없이 주변을

감지하고 변화를 느끼고 시간과 온도의 변화와 세상의 형태들에 대해

고민하고 ... 현실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현실에 존재함으로 끊임없이 연습이라는

것을 할 수가 있습니다.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저에겐 최고의 연습 같았습니다.


 두 번째로 촬영하는 것은, 욕망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이 10장의 사진이라면 그 이상을 위해 모험하지 않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모순된 말이지만 반드시 담아내야

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순수'를 위협했습니다.


 세번째 '현상하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 것, 조급해 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것.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면 확실한 현상결과를 바라기가 힘이 듭니다.

언제나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상황 속에서 조용하고 차분히 분히해야 합니다.


 현상액의 선택에 관해서는 예전에야 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슬프게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약품들이 몇가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D-76과 덱톨 일포드의 PQ, MQ 현상액 아그파의 몇가지들... 저는 언제나 D-76을 선호했습니다. 분말로 조제되는 이 현상액은 마음을 다스리고 시간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해줍니다.


 용액을 조제 할 때부터가 현상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도는 개개인의 상황에 비추어

변화 할 수도 있지만, 제조사가 제공하는 온도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마도 가장 적절한 온도는 21도 가 아니었을 까요. 점점 기억이 가물가물해 지네요. 온도가 맞추어질 때까지 이제는 필름을 현상 탱크에 감는 일을 해야만 합니다.

아마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할 것 입니다.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필름을 연습용으로

써 보어야 합니다. 플라스틱 릴과 스테인리스 릴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과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플라스틱 릴을 사용 할 것은 권합니다. 온도의 변화 많지 않고 교반하는 순간에

실수가 적어집니다. 스테인리스는 온도변화가 지나치고 필름에 생채기가 잘 생깁니다. 무엇

보다 순간의 실수에도 릴이 휘어져서 다시 사용하기가 힘이 듭니다. 아마 페터슨과 조보가

가장 구하기 쉬운 탱크였을 텐데 흑백현상소에서 수천통의 현상을 해본 결과 조보가 가장

변합니다.


 온도가 맞추어지고 필름이 현상탱크 안에 장전이 되어져 있다면 스톱배스와 픽서도

분비를 해야 합니다. 스톱배스를 대용해 증류수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데

스톱배스는 산화를 정지시키는 약품이다. 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시간이 길어지고 믿을

수 없겠지만 물에 오래 노출된 필름은 정말 바보스럽게 들리겠지만 물을 먹어 뚱뚱해집니다. 뭔가 멍청한 톤을 지니게 된다. 웃기는 소리 같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죠.


 그 다음에는 픽서인데 온도의 변화에 관해서는 그다지 디테일한 변화를 감지하기가 힘이 듭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권장된 시간이 2분이라면 5분간 픽서를 사용해야 합니다.


 현상액을 붓기 시작한 부터 시간을 재는 일과 시간을 재기 시작한 후에 현상액을 붓는 일의

차이점은 약 30초의 현상과다 혹은 현상부족입니다. 개개인이 익숙해진 다음에는 중요치 않습니다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데이터를 간직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암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늘 쓰던 물과 현상액 그리고 장소에서 현상을 해야 만이 일관된 데이터를 보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명이 쓰는 작업실에서는 이점이 힘들어 집니다. 교반은 30초 단위로 약 5초간 반복해줍니다.


 우스게 소리지만 한때 유로피안 교반이라고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탱크의 헤드 부분을 손에 말아 쥐고 회전시키는 방법인데, 가장 밑에 깔려 있는 필름을 못 쓰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어야 합니다.


 필름 현상에 관해서는 일포드 현상액은 아마도 대부분 PQ현상액일 것입니다. 현상시간이 지나치게 짧아 컨트라스트에 문제가 옵니다. 코닥을 사용합시다. 10분에서 12분이 가장 훌륭합니다.


 현상이 끝나면 스톱배스를 넣을 차례입니다. 붓는 시간을 함께 계산하여 30초간 지속적으로 교반해줍니다. 그다음에는 픽서인데 제 경우에는 1분단위로 교반합니다. 30초로 할 경우 정착과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상, 정지, 정착의 과정이 모두 끝난 후에는 우리가 언제까지 구입할 수 있을 런지 미래가 불투명한 코닥 수세 촉진제를 사용해 최대한 물과의 노출시간을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탱크를 사용한 수세촉진은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기가 힘이 듭니다. 지나친 교반과 성급한 마음은 마지막 단계에서 네거티브를 망가뜨립니다. 언제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합니다. 수세 후에는 코닥 포토플로우를 사용해야 합니다. 양손가락을 이용하거나 스퀴즈를 이용해 물기를 제하는 일이 많은데 반드시 어떤 손상을 가져 옵니다. 자연건조는 조금 바보스러운 방법이지만 환경에 따라 조심해서 하기를 바랍니다. 건조기계를 이용할 경우에는 40도에서 45도 사이를 이용하도록 하자 지나치게 놓은 온도는 필름에 변형을 주기 쉬우며 지나치게 낮은 온도는 먼지가 달라붙을 확률을 높입니다.


 건조까지 끝나면 필름을 잘라야 하는데 6커트로 분할 할 것은 권장합니다. 시중에 5컷 7컷은 구입하지 않아야합니다. 이 부분은 암실에서 인화할 때 캐리어의 문제와 겹칩니다. 5컷은 너무 짧고 7컷은 너무 깁니다. 필름은 반드시 중성지를 사용해 보관해야합니다.

이제 36컷을 모두 착실히 사용했다면 총 6행의 필름 시트가 마련됩니다.


 완성된 네거티브를 감상하는 것은 정말이지 가슴 떨리고 설레는 도달할 수없는 욕망의 추상적인 시간들입니다. 쉐도우와 컨트라스트는 밀착프린트 보다 전체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훨씬 유용한 도구입니다. 디지털이 끝내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점입니다. 네거티브는 누군가의 말대로 아름답게 손으로 쓰여 진 악보입니다.


 때로는 단 한장도 마음에 들지 않는 네거티브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숨기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실망해서 버리지는 말아야 합니다. 네거티브는 가장 위대한 사진가의 재산입니다. 당신이 사진가로 존재하는 동안 당신의 모든 것 입니다. 네게티브는 아름답고 온통 흑색으로만 이루어진 세상의 기초입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인화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상 라리 스튜디오 김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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